언젠가 강아지를 한마리 키웠다
생긴것은 치와와 였으나 몸의 털은 요크셔테리어 를 닮고 움직일때마다 털이 술술빠지는 전형적인 잡종개였다.
온몸의 털이 새까맣다고 우리는 이넘을 깜이라고 불렀다.
작은딸 아이가 어데선가...친구가 주었다던가 아주 조그만 새끼때 가져와 그럭저럭 한 일년을 우리와 살다보니 성견이 되었다.
식구들만 보면 꼬리를 치면 좋아하는 까만놈의 까만 눈동자가 그런대로 꽤이뻤다.
그런데 이놈이 머리가 보통이 아닌듯 자라면서 매우 영악한 행동을 하나씩 보였다
우리 식구들의 발소리는 모두 알아듯는듯 아무리 깊은밤이라도 집식구가 들어오는 소리엔 꼬리만 세차게 흔들고 반가워 난리법석을 떨어 꼬리치는 소리가 문밖에서도 들렸다.
그런데 동내 사람이거나 심지어 매일 보는 옆집 사람에게도 조금도 경계심을 느추지 않고 매우 심하게 짓어대곤 했다.
옆집 사람이 먹을것을 갖다주고 우리 식구들이 있을때 머리를 만저주고 친해보려 아무리 애를써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가끔 이놈을 데리고 집 뒤산에 산책을 가곤 했다
내 옷차림만으로도 이놈은 내가 외출을 하는지,산책을 나가는지 알아차리고 산책을 나갈라치면 줄을 찿는 나보다 먼저 목을 들이밀고 목에 줄을 메달라고 먼저 성화를 부리곤했다.
어느 때인가 산입구에 다다러서 목에 줄을 풀어주고 함께 산을 오른적이 있었다.
그 이후 부터는 집에서 산입구 까지는 끈에 매여 잘 따라 오다가도 산 입구만 들어서면 바지 가랑이를 물고 목을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떠는 아주 영리한놈이다. 그리곤 앞서서 달린다 물론 가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뒤를 한번씩 돌아보는것은 물론
내가 다니는 길목으로 꼭 자신이 앞서서 오르곤 했다.
나는 산으로 오르는길을 서너군데 이용했는데 앞서서가던 이넘은 내가 올를만한 길을향해 달려 올라가다
일부러 내가 다른길로 가는양 움질거리면 가던길을 멈추고 내려와 영낙없이 그 다음길을 택해 올라뛰고 내가 또 다른 길로 향하는듯 움질거리면 또 그길을 내려와 그 다음길로... 이런식이였다.
이런저런 영악한 행동으로 집안 식구들에게 화제거리와 귀여움도 받았고 딸애들은 털이 빠지던 말던 이넘을 끌어 안고 잠이들곤 했다 .이놈은 나만 없으면 으례 애들 방을 할퀴고 물어뜻어 방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곤 한단다.
그런데 내가 집안에 있는것이 확인되면 자기집에서 조용히 지내곤 한다.
이놈이 커가면서 성가신일들이 한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식구 이외의 사람들을 향하여 짖어대는것
이외에 낮이나 새벽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조그만 소리만 나면 짖어대어여간 찌증스러운것이 아니였다.
또한 집앞의 길이 초등학교를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관계로 초등학생들이 많은 왕래가 많었다.
어쩌다 줄이라도 풀렸다 하면 그 어린이들을 따라가며 짖어대는 바람에
아이들이 혼비백산을 하는것은 물론 -물지는 않는다-학부모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점점 커가면서 발정기가 되었는지 어쩌다 줄이 풀리면 아무리 부르고 꼬셔도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더구나 2~3일씩 나가서 들어오질 않고 온몸을 더렵혀서 그야말로 개꼬라지가 되어서 들어오곤 하는데 냄새와 모양이 가관이였다.처음 몇번은 그간 정이들어 이넘이 집을 나가면 온식구가 걱정으로 지내곤 했다.
그러나 그런일이 잦아지면서 나는 그간의 그런저런 귀찮음도 있고해서 차라리 나가면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물론 그 기대는 영낙없이 허물어지고 일수가 문제일뿐 언제가는 꼭 돌아오곤 했다.
계속되는 이놈의 행동, 짖어대고, 따라가고, 불러도 절대 안오고, 더럽혀서 들어오고,
하는등등이 너무 귀찮은 나머지 나는 결심을 했다.
아이들 몰래 아주 먼곳에 갖다 버리고 올 요량이였다.
이넘이 집을 나갔을때는 거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았음으로 그의 행동 반경을 감안하여 이놈을 안고 빵을 하나 사들고 철도 지하도를 지나 동내를 두어개 건너뛰어가 꽤 먼곳의 조그만 공원에 내려놓고 이놈이 빵을 먹는사이에 그리고 불러도 절대 오지 않음으로 나혼자 몰래 집으로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침이 되어 집밖에 나가보니 문앞에 쭈구리고 잠이들어 있는것 아닌가?
개들이 회귀본능이 강하다더니 이건 안되겠다 싶어 이왕 결심을 한김에 결심이 흔들려서 더 많은 고통을(?)받느니 아예 시작한김에 멀리 버리고 오기로 하고 궁리궁리를 하였다. 버릴 결심을 마치자 조금은 가슴이 아펐다.
그래도 몇일씩 가출했다가도 잘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생존 능력은 있을것이라 싶고 또 새주인이라도 잘만나면 그집에서 잘 살라는 요량으로 전철을 타고가서 멀리 놓고 올까 어떻게 할까하다가 다음날 이넘을 차에 실었다.
그리곤 무려 30여키로를 달려 이놈에겐 전혀 낮설고 물설은 타도시에 데려다 놓고 왔다.
그런데 몇일이 지났을까
어느날인가 문밖에 무었이 긁는소리가 요란했다.
혹시? 설마하고 나가 보았다 역시였다
털은 더렵혀져 달라붙고 때구정을 덕지덕지 뭍혀서 몸은 빠싹 마르고 눈만 빤짝빤짝한 까만놈이 문앞에서 반갑다고 꼬리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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