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기찻길 따라 추억이 새록새록
‘향수의 고장’ 전남 곡성으로 떠나는 낭만 여행
섬진강 기찻길 따라 추억이 새록새록 기사의 사진전남 곡성군의 섬진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전라선 옛 선로 위를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향수와 추억을 싣고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맑고 깨끗한 섬진강, 국도 17호선, 전라선 철도 등 3선이 이루는 풍광이 그림 같다.
매섭던 추위도 누그러지고 남쪽에서는 꽃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추위에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옛 추억이 떠오르는 남쪽으로 떠나보자. 섬진강(蟾津江)변에 자리한 전남 곡성(谷城)에는 봄을 기다리게 하는 향수와 낭만이 가득하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섬진강은 두꺼비 ‘섬’자와 나루 ‘진’자를 쓴다. 고려 말 우왕 때 섬진강 하구를 침범한 왜구들이 나루터에 나타나 큰 소리로 울부짖는 수만 마리의 두꺼비에 놀라 도망갔다 해서 붙여졌다. 그 섬진강을 따라 여행하는 것은 느림의 미학이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1999년 전라선 복선화로 폐선이 된 철로와 역사를 활용해 2005년 3월 문을 열었다. 복고풍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증기기관차를 비롯, 장미공원과 동물농장, 음악분수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까만색 증기기관차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가 명물이다.
기차마을에 들어서면 예스러운 기차역이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놓는다. 1933년 건립돼 오랜 세월을 지나온 구 곡성역은 맞배지붕을 멋스럽게 드러낸 역사, 나무 의자와 창문,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풍기는 간판까지 대부분 옛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다. 원형이 잘 보존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새로운 철로에 길을 내어 준 옛 전라선 위에는 이제 증기기관차가 이끄는 3량의 열차가 추억을 싣고 달린다. 디젤 기관차에 겉모습만 증기기관차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3∼5차례, 구 곡성역에서 침곡역을 지나 가정역까지 편도 약 10㎞를 왕복 운행한다. 시간 맞춰 올라타니 한 시절이 훨씬 지난 기차는 ‘뿌우∼’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시속 30㎞ 정도로 일반 기차에 비해 느린 속도지만 유유히 흐르는 맑은 섬진강 물길을 따라 산 아래 철길을 굽이굽이 달리는 모습에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기에 딱 좋다. 길 주변에는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는 설명에 그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족 여행객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함께 사진을 남기는가 하면 아빠 엄마는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신기한 모습에 신바람났다. 기찻길과 나란히 흐르는 섬진강 풍경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가정역에서 하차 해 최근 완공된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너 곡성청소년야영장에서 즐기는 자전거하이킹, 곡성천문대 체험 등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 철길에는 레일바이크도 달린다. 증기기관차가 쉬는 시간 동안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편도 5㎞ 남짓을 편도로 이용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2인승이나 4인승 철로자전거의 페달을 밟노라면 몰입의 희열 속에 일상탈출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30∼40분 동안 기차보다 더 가까이에서 섬진강의 풍광과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다. 가정역에 도착하면 증기기관차를 타고 침곡역 혹은 기차마을로 돌아오거나 침곡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섬진강을 따라 가다 고달면 호곡리에 이르면 줄배 나루터가 있다. 호곡리에서 17번 국도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오곡면 침곡리까지는 20여m 섬진강이 가로놓여 있다. 다리로 건너려면 4㎞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강둑 양쪽에 매어놓은 줄을 당겨서 강을 건너는 줄배가 요긴하게 사용된다. 줄배는 주인도, 사공도 따로 없다. 배에 몸을 싣고 줄을 당겨 건너면 된다. 색다른 경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붐비면서 주민 보다 관광객들이 배 줄을 더 자주 당긴다.
이 주변 섬진강에 물고기 잡는 돌무더기인 ‘도깨비살’ 흔적이 있다. 도깨비살이 생긴 연유는 이렇다. 이 마을에 마천목이라는 효자가 살았다. 홀어머니를 봉양하려고 돌을 날라 물고기 잡는 독살을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다 지친 효자는 파란 돌 하나를 주워 집에 왔다. 그날 밤 도깨비 100마리가 나타나 “그 돌이 우리 대장이니 돌려주면 독살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메밀죽 99인분을 100마리가 먹고서 밤새 도깨비들은 독살을 만들었다. 죽을 못 먹고 일만 실컷 한 도깨비 하나가 분기탱천해 바위 하나를 치워버렸다고도 한다. 인근에 ‘도깨비 마을’이 들어서 있다.
곡성군 고달면 일원 섬진강에는 ‘생태계 보고(寶庫)’인 섬진강 침실습지가 있다. 감입곡류구간이 발달해 있고 하천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는 섬진강 중·상류 5㎞ 구간에 형성된 150만㎡ 규모의 자연형 하천습지다. 수달과 흰꼬리수리, 삵, 남생이, 큰말똥가리 등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638종의 다양한 생물종 서식이 확인되고 있는 곳이다. 또 습지식물 46종이 있고 꼬마물떼새·검은등할미새·깝작도요 등 다양한 야생조류가 번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국내 22번째 국가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섬진강 제방을 따라 걸어서 또는 차량을 이용해 자연경관과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하천습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습지를 찾으면 햇살에 물든 금빛 수면 위에 점을 뿌린 듯 겨울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서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창공을 날던 왜가리가 나뭇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아 홰를 틀고 물위를 삼삼오오 떠다니는 청둥오리떼들이 자맥질하는 모습이 고즈넉하다. 오랜 세월 섬진강의 도도한 물결에 맞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쌓인 사주(砂洲)는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드넓은 강을 가로질러 만들어져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을 다리도, 강변을 따라 들어선 나무테크도 정겹다. ‘섬진강 무릉도원’ ‘하굿둑이 없는 생명의 강’으로도 불릴 만하다.
■ 여행메모
기차를 개조한 펜션에서 이색 하룻밤
‘맛·향·영양’ 참게요리… 곡성의 별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가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로 잇따라 갈아탄 뒤 서남원나들목에서 나와 17번 국도를 따라간다.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울 용산역에서 곡성역까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이용할 수 있다. 곡성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이 있다.
잠잘 곳으로 섬진강기차마을레일펜션(061-362-5600)을 정하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기차를 개조한 객실과 목재로 지은 펜션이다.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심청이야기마을(061-363-9910) 한옥과 초가집에서 머물러도 좋다.
섬진강변 일대에는 40∼50년 전부터 참게탕 및 은어요리 전문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참게요리로는 참게탕, 참게장, 참게수제비가 있다. 특히 참게수제비는 곡성에서만 먹을 수 있는 명품요리다. 참게에 지방, 단백질, 키토산 등 영양가가 풍부해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오곡면 압록리 청솔가든(061-362-6931)의 참게수제비(사진)는 참게를 갈아서 특유의 비법으로 끓여내 참게의 향과 맛이 살아 있다.
능이버섯 요리도 별미다. 능이버섯 닭곰탕, 능이버섯 잡채, 능이버섯두루치기 등 다채롭게 준비된다. 약대추 농장(061-362-0037)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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