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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음악

레게-레게의 탄생

레게

자메이카에서 탄생해 1970년대 초반 영국을 필두로 서구의 여름을 휩쓴 장르.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문화권의 음악 가운데 차트와 대중, 그리고 팝음악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장르


레게는 자메이카에서 독자적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미국의 블루스와 로큰롤이 쿠바를 거쳐 1960년을 전후해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에 상륙했다. 이 무렵은 자메이카가 산업화되면서 농촌 청년들이 수도로 향하던 시기였다. 갑자기 늘어난 젊은 층에게는 놀 거리가 필요한 법. 킹스턴 곳곳의 공터에선 주말마다 댄스파티가 열렸다. 열악한 음향 시스템 탓에 전체적인 사운드가 선명하게 들릴 수 없으니, 그 대신 베이스 소리를 강조하곤 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메이카 사운드가 탄생했다. 깎아 치듯 연주하는 기타를 기반으로 한 레게리듬 말이다. 카리브해의 무더운 기후와 느긋한 분위기에 더없이 잘 녹아드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1962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며 조성된 해방감과 더불어 자메이카의 레게는 태양과 함께 숙성됐다.


이 숙성 과정에 마침표를 찍은 이가 밥 말리다. 세계에서 가장 멋있게 담배를 피우던 남자,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이 가장 잘 어울리던 남자다. 그는 연주자 피터 토시, 버니 웨일러와 함께 레게를 좀 더 서구적으로 다듬었다. 복잡하던 리듬을 4박자로 단순화하고, 자메이카적인 느낌을 살리되 최대한 영국 팝에 가까운 소리로 매만졌다. 식민지 시절 영국에 건너가 있던 자메이카 노동자와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백인 청년들이 밥 말리를 지지했다. 그 결과 레게머리를 한 젊은이가 런던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Stir It Up’을 듣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에릭 클랩턴을 필두로 많은 팝 스타가 밥 말리를 리메이크하고, 레게를 자신들 음악에 녹여냈다. 유행은 스타일이 됐다. 1990년대 중반, 이 땅에도 불었던 레게 붐의 기원이다. 지구상에 여름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음악은 그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