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가 거닐었던 思索의 길…
숲·강·바위·폭포 四色의 길 - 경북 안동, 가송리 "예던길"
경북 안동의 북쪽 청량산을 끼고 있는 낙동강변에는 '예던길' 혹은 '녀던길'이라 부르는 길이 있습니다.
조선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가 고향 땅인 안동의 도산면 일대에 은거하면서
청량산을 오갈 때마다 걸었다고 전해 오는 길입니다. '
예던' 혹은 '녀던'이란 '걷던'이란 말의 고어(古語)랍니다.
퇴계가 유년시절 숙부에게서 한문을 배우기 시작한 곳이 청량산 기슭의 청량정사였고,
말년에 '도산 십이곡'을 지은 곳도 청량산이었습니다.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뒤 도산서원을 짓고 수시로 찾아갔던 곳도 청량산이었습니다.
그러니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의 물줄기를 끼고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예던길'이야말로
노학자에게는 자연을 만나는 길이자, 깊은 사색의 길이었겠지요.
생전의 퇴계는 그 길을 일러 '그림 속으로 드는 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그 표현만으로도 강변 오솔길의 풍광이 빼어남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찾아갈 때마다 늘 아쉬웠던 것이,
이른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강변 구간이
황폐하게 방치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던길이 지나는 운치있는 강변구간이 사유지인데 땅주인이 '제방을 쌓아 달라'고 요구하며
완고하게 그 길의 통행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지자체는 사유지를 피해서 산자락을 타고 건지산과 삽재로 넘어가는 길을 새로 놓는 편법을 택했습니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걷는 산길 또한 정취가 남다르다 하지만, 퇴계가 걸었다던 예던길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강 건너편에 새로 길이 생겼습니다.
가사마을의 노인들이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서 두 달 전쯤에 새로 다듬어낸 따끈따끈한 길입니다.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가파른 바위절벽을 타고 들어가 강변의 무성한 숲속의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입니다.
↑ 가사마을에서 출발하는 ‘가송리 예던길’의 들머리.
강을 끼고 가파른 바위벼랑을 아슬아슬 따라가는 이 길은
곧 짙은 숲속으로 들어 월명담을 지나서 벽력암까지 이어진다.
강 건너편에 퇴계가 생전에 청량산을 오가며 걸었다는 빼어난 풍광의 ‘예던길’이 있지만,
이쪽 길의 정취도 못지않다.
그 길에서 최고의 절경이라면
강변에 까마득하게 치솟은 벽력암 정상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강변의 풍경입니다.
그곳에 서면 유장한 물줄기 너머로 길이 시작한 가사마을부터
강 건너편의 농암종택이 품에 안기듯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깊게 굽어 흐르는 월명담의 푸른 물색이 내려다보입니다.
그 길에는 '가송리 예던길'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한쪽의 예던길은 사유지로 막혔지만
그 길보다 더 빼어난 강 건너 길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동안 혹 퇴계의 자취를 좇아 '예던길'을 걷다가 닫힌 길 앞에서 실망하신 분들께
강 건너편에 흐려진 옛길을 다듬어 새 길이 만들어졌다는, 이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 산과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산복 고르기...재질과 기능 (0) | 2013.07.01 |
---|---|
강원도 정선 ‘運炭高道’ (0) | 2012.03.08 |
걷기여행-외씨버선길 1구간 청송읍에서 청송한지 (0) | 2011.10.15 |
걷기여행-외씨버선길과 생태마을 영양대티골 (0) | 2011.10.15 |
낙동강 가람(강)길 3곳..승부역 가는 길, 퇴계오솔길, 유교문화길 (0)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