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곽| ③ 백악산 코스 : 혜화문~창의문
![]() |
혜화문에서 와룡공원, 숙정문, 곡장을 지나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백악산 코스를 시작하기 전 신발과 신분증부터 점검하자. 북악산으로도 알려진 백악산(342m)은 1·21사태 이후 오랫동안 출입이 금지되었다. 개방된 지금도 신분확인 후 통행이 가능하다. 군부대 시설이 있어 촬영도 통제된다. 모두 신분증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도심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서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이 정도 불편쯤이야 감수할 만도 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북악산 대신 조선시대에 부르던 백악산으로 통일한다. |
![]()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백악산 코스. 오르막 계단과 산길이 펼쳐진다. 걷는 재미에 보는 재미, 그리고 가슴 아픈 근현대사가 더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길은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얼마만큼 알아차리느냐는 걷는 이의 몫이다 |
말바위 안내소부터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펼쳐진다. 평지에서 이어지던 성곽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끔, 지리산 둘레길을 두고 “왜 미리 산길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둘레길이란 이름 덕분에 평지라고 상상하고 편안히 찾았다가 걷기 시작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산길에 당황하는 것.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산자락의 마을들은 산과 물을 두고 생활권이 나뉜다. 응당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하려면 고개를 넘어야 할 터다. 비슷한 이유다. 1396년(태조 5)을 전후해 부지런히 내사산(남산·인왕산·백악산·인왕산)에 올랐을 개국공신(?)들을 떠올리며 흙길과 산길 모두에 무난한 신발을 준비하자. 자, 지금부터 600여년 전 서울의 이야기를 따라 떠나보자. |
오래된 성북동 길이 들려주는 이야기 |
![]() 백악산 코스의 시작점이자 낙산 코스의 도착점인 혜화문. 대로와 만나며 어김없이 끊어진다. 일제가 전차를 놓겠다고 숭례문과 흥인지문 근처의 성곽을 무너뜨리면서 서울성곽의 수난은 시작된다 |
시작점인 혜화문(惠化門)에 가기 위해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된다. 1992년 복원한 혜화문은 숙정문(북대문)과 흥인지문(동대문) 사이에 자리한 소문. 원래 이름은 홍화문(弘化門)이었다. 1483년(성종 4) 새로 창건한 창경궁의 동문을 홍화라고 지으면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 ‘혜화’로 바꿨다. 1684년(숙종 10) 새로 지은 문루는 1928년 퇴락해 헐어버리고 홍예(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만 남겨진다. 일제는 혜화동과 돈암동 사이의 전찻길을 내면서 홍예마저 헐어버린다. 당시 일반인 통행이 금지되었던 북대문(숙정문) 대신 혜화문은 양주와 포천 등 한강 이남으로 통하는 중요한 출입구였다. 혜화문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서면 성곽이 끊긴다. 낙산에서 혜화문으로 넘어오기 직전에도 차가 다니는 큰길에 막혀 성곽이 뚝 끊겨있다. 혜화문은 다른 대·소문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와 현대의 경계 어딘가 즈음, 섬처럼 떠 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아니, 미처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전 열강들의 침략으로 급속하게 근대화 당한 이 땅, 조선의 파편 같다. |
![]() |
![]() ![]() [위]혜화문을 지나면 곧 성곽이 사라지고 갈래길이 나온다. 오픈게스트하우스 건물이 있는 오른쪽으로 향하자 [아래 왼쪽]주택가에서 만난 혜성교회건물을 따라 성벽처럼 보이는 것이 이어진다. 교회를 따라가지 말고 주택가 길을 따라 경신고교 건물까지 걷자 [아래 오른쪽]왼쪽에는 학교, 오른쪽에는 돈가스 전문점을 두고 서울과학고등학교 쪽으로 길을 건너면 된다. 서울과학고에서 바라본 길 |
주택가로 이어진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오픈게스트하우스 쪽으로 들어서자. 걷다보면 혜성교회가 보인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는 혜성교회를 왼쪽에 두고 따라가자. 교회와 텃밭 사이의 성벽도 성곽 줄기인 듯 싶다. 경신중고교까지 가면 또 성곽이 사라진다. 길을 건너 바라보니 왼쪽에는 돈가스 전문점, 오른쪽은 학교다. 그 사이의 길을 걸어온 것. 다시 걸어온 길을 등에 대고 돌아서자.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왼편에 두고 조금만 내려가면 성곽과 함께 안내판이 보인다. 출출하다면 이 근처에 몰려있는 돈가스 전문점에서 한끼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 성곽을 따라 계단길이 이어진다. |
![]() ![]() 서울과학고를 왼쪽에 두고 조금만 걸으면 성곽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을 따라 성곽길이 시작된다.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만나니 어떤 길로 걸어도 괜찮다 |
안내판을 보고 들어서자 왼쪽으로는 흙길이 오른쪽으로는 계단이 펼쳐진다. 어디로 가도 좋다. 성곽을 오른편에 두고 천천히 올라보자.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 코스이자 데이트 코스다. 제법 울창한 나무가 가을볕을 잘 막아준다. 성곽 바깥으로 펼쳐진 풍경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
걷는 재미에 보는 재미, 그리고 배우는 재미까지 |
|
![]() ![]() [왼쪽]성곽길 곳곳에서 만나는 암문. 대문과 소문이 공식적인 문이라면 암문은 이름 그대로 비밀스러운 문이다. 전시 등 비상시 이용했다 [오른쪽]와룡공원으로 향하는 길 뒤돌아 본 풍경. 성곽과 그 안팎이 펼쳐진다 |
|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와룡공원에 다 온 것 같다. 길 왼쪽 정자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작은 트럭을 개조한 간이 음식점에는 음료수와 컵라면 등 간단한 요깃거리가 있다. 오른쪽으로 말바위 안내소 안내판이 있다.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성균관대학교다. 혜화역이나 안국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성균관대 후문이나 명륜3가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와룡공원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전, 최단거리 탈출로이기도 하다. |
|
![]() ![]() [왼쪽]와룡공원에서 말바위 안내소로 향하는 길. 성곽을 왼쪽에 두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말바위 안내소를 향하다 만나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백악산 코스에서 놓칠 수 없는 뷰 포인트에 닿는다. 우수조망대라는 이름만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
|
말바위 안내소로 향한다. 지금까지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걸었다. 즉 성곽은 안쪽, 사대성문 안에 있었던 것. 이제부터는 성곽 바깥으로 나가 성곽을 왼쪽에 두고 걷는다. 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흙길을 따라 숲이 우거지고 위풍당당하게 솟은 성곽이 엄호하듯 따라 붙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계단을 올라 우수조망대에 서자 성북동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날이 맑다. 잠시 후 말바위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통행 패찰을 받는다. 미처 지도를 준비 못했다면 여기서 챙기자. 백악산을 걸으려면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절기(4월~10월)는 오전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걸을 수 없다. |
|
![]() ![]() [왼쪽]도성을 감싸안은 사대성문 중 유일(?)하게 가파른 산자락에 자리한 숙정문. 북대문으로 축성되었으나 열어두면 도성 내 여인들의 음기가 강해진다는 이유로 닫혀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산세 험한 곳에 자리한 것도 실용성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터다 [오른쪽]성곽길을 걷다보면 성벽돌에 글자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구간을 담당했던 공사 책임자의 이름이다. 서울성곽 축성은 민간인 장정 11만 명이 넘게 동원된 대 공사였다. 성곽은 600척을 한 단위로 97구(區)로 나뉘었다. 실질적인 공사는 600척을 6등분 해 각 구간마다 책임자를 두어 진행되었다. 600년이 넘은 지금도 책임자의 관직과 군명은 여전히 남아있다 |
|
5분쯤 걸었을까. 사대문 중 유일하게 산 속에 있는 대문, 숙정문(肅靖門)에 닿는다. 사실 숙정문은 문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쪽에서 도성 내 여인들을 음란하게 하는 음기가 이 문을 통해 들어온다는 게 이유였다. 더불어 산자락에 위치해 통행이 힘들기도 했으리라. |
|
![]() |
숙정문에서 다시 길에 오른다. 곡장(曲墻)과 백악마루 표지판을 만나면 우선 곡장에 들러보자. 곡장은 낙산 코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의 이간수문 옆에 있던 ‘치성’과 비슷한 방어시설이다. 치성은 평탄한 곳에, 곡장은 산세가 험한 곳에 자리한다. 적을 감시하고 공격하기 위한 것. 방어와 공격을 위한 곡장이 자리했기 때문일까. 백악산을 넘어 인왕산까지 이어지는 성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곡장에서 돌아나가 백악마루로 향하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왼쪽]백악산에서 인왕산까지 뻗은 성곽줄기가 넘실거린다. 공격과 방어를 위해 지어진 곡장에서 바라본 풍경 |
![]() ![]() [왼쪽]청운대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광화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도 보인다. 그 뒤로 남산이 더해진다. 한양의 주산, 백악산에서 내려다보는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시내.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은 여기서 무엇을 보았을까 [오른쪽]1968년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들이 이곳 백악산까지 뚫고 내려왔다. 당시 치열한 총격전이 그대로 새겨진 1·21사태 소나무. 이후 방어와 관광을 위해 북악스카이웨이가 만들어졌고 백악산 자체는 차단되었다. 백악산이 다시 열린 것은 2007년 4월. 1·21사태 이후 38년 만이었다 |
|
시원하게 뻗은 서울성곽의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 청운대에 닿는다. 서울의 미모를 다시 확인하고 걷는 길, 백악마루를 조금 못 가 만난 ‘1·21사태 소나무’와 만난다. 1968년 1월21일, 북한군과 총격전이 있었다. ‘김신조 사건’이라고도 한다. 이 소나무는 당시 총격전에서 총탄을 맞은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다. |
|
![]() ![]() [왼쪽]백악마루를 지나 창의문으로 내려오는 길. 산자락 사이사이 부암동과 청운동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내리막은 제법 가파르다. 창의문에서 혜화문으로 향하는 것 보다 혜화문에서 창의문으로 향하는 편이 나을 듯 |
|
이제 청운동과 부암동을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내려선다. 다소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기도 하니 살살 걷자. 창의문 안내소에 통행 패찰을 반납하면 반가운 화장실과 더 반가운 창의문(彰義門)이 기다리고 있다. 자하문(紫霞門)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새로 지어지거나 위치를 옮긴 다른 대·소문과 달리 창의문은 원래 지어진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자리도 변하지 않았다. 숙정문과 마찬가지로 지맥 보전을 이유로 1506년(중종 1)까지 통행이 불가능했다. 1623년, 이 문을 부수고 광해군을 몰아냈다. 인조반정이다. |
|
![]() ![]() [왼쪽]드디어 창의문(자하문)에 닿는다. 백악산 코스의 도착점이자 서울성곽 대소문을 통틀어 제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소문이라 더 반갑다 [오른쪽]자하문을 통과해 나오면 만나는 큰길가 왼쪽에 커피마니아들의 성지, ‘클럽에스프레소’와 닿는다. 부암동이다 |
|
창의문을 통과해 나오면 추억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무대가 되었던 산모퉁이 카페가 있는 부암동이다. 창의문에서 빠져나와 큰길과 닿는 그 지점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맛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클럽에스프레소’, 오른쪽에는 유명 치킨집 ‘치어스’와 ‘오월’이 있다. 백악산 코스 마무리는 커피 또는 치킨&맥주로 하면 어떨까. |
서울성곽 ③ 백악산 코스 트레킹 정보 <약 5km, 3시간 소요>
▶혜화문~와룡공원~말바위 안내소~숙정문~곡장~청운대~1·21사태 소나무~백악마루~창의문
혜화문에서 시작해 와룡공원~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백악산 코스는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먼저 백악산이라는 산을 품고 있다. 또 혜화문은 성북동과, 창의문은 부암동과 닿아 각각의 동네도 즐길 수 있다. 백악산과 북대문인 숙정문을 볼 계획이라면 신분증과 편안한 신발을 챙겨야 한다.
혜화문과 창의문, 어디에서든 시작할 수 있지만 경사가 완만한 와룡공원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다. 걸어보면 알겠지만 창의문을 향한 내리막 계단이 제법 가파르다. 내려가기도 쉽지 않은데 오르막이라니.
혜화문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곽길이 끊긴다. 곧 두 갈래 길이 나오면 당황하지 말고 오픈게스트하우스 쪽, 오른쪽으로 향하자. 교회와 학교건물을 따라 성곽길의 흔적이 이어진다. 서울과학고등학교가 나오면 길을 건너 직진한다. 곧 서울성곽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그 길로 들어서면 된다.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와룡공원 근처까지 오르막 계단이 이어진다. 바로 와룡공원으로 닿는 교통편도 있으니 알아두자.
와룡공원 근처부터는 군부대가 있어 성곽 바깥으로 걷는다. 나무계단을 올라 우수조망대에서 서울을 바라보고 말바위 안내소로 향한다. 이곳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통행 패찰을 받는다. 이따 창의문 안내소에서 반납해야 하니 목에 걸고 걷자. 성곽 지도가 없다면 챙겨가는 편이 좋겠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숙정문까지는 멀지 않다. 문을 열어두면 도성 안 여인들 음기가 강해진다는 이유로 거의 닫혀있던 북대문, 숙정문에서 잠시 쉬었다가 곡장으로 향하자. 오르막이 조금 숨차기도 하지만 곡장에서 바라보는 성곽길은 이를 충분히 보상한다. 곡장에서 돌아나와 백악마루로 향하는 길. 백악산 정상에서 만나는 남산이 반갑다.
백악마루를 지나면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된다.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다소 가파른 계단이니 조심하자. 풍경이 좋다고 카메라를 마구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 군부대 시설이 곳곳에 있어 촬영이 금지된 곳이 제법 많다. 다소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창의문에서 백악산 코스는 마무리된다
'■ 여행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서울 구경 ...북촌한옥마을 (0) | 2019.01.18 |
---|---|
[포항] 천연가스유전 불의정원과 도시가로공원 (1) | 2018.06.19 |
[여행]고흥군 '매화·벚꽃·유채' 숨겨진 봄꽃 명소 3곳 (0) | 2018.03.10 |
[여행]산수유 명소 봉화 띠띠마을과 구례, 이천, 의성 (0) | 2018.03.10 |
[여행] 밀양 이팝나무와 누각 영남루 (0) | 2018.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