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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등산

남산 그리고 쏱아지는 빗줄기

눈대중으로 좌에서 우까지 한걸음에 달음질쳐도 될듯한 조그만산 남산
오늘 나는 남산 산행을 하면서 산을 대함에 있어 항상 겸손해야함을 또 다시 배웠다.
그리고 왜 남산이 명산이며 영산인지도 생각해 본다.

 

어깨 고장으로 한동안 행동이 불편했다.

때문에 산행 또한 한동안 하지못했다.
온몸이 무척이나 근질거렸다.

마음까지도 허전하고 의미 없는 하루 하루 같았던 시간들을 털어 버리고 산이나 오르리라 생각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아픈 어깨로 인해 하지 가지 못했던 산이나 가보고자 문득 남산으로 워밍업이나 해볼까?  생각이 불쑥들었다.

옥수수깡통 한통 그리고 물 한통을 채워 베낭을 메고 가볍게 집을 나섯다.


하늘은 흐렸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그깟 비쯤 대수인가?

 

삼능의 입구엔 오늘도 아는 아낙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가벼운 인사로 몇마디 수다를 떨곤 내가 좋아하는 상선암길로 들어섯다.

 

삼능에서 상선암을 향하여 조금 오르다 우측길로 들어서면 남산 정상으로 바로 향하는 능선길이 나오고 이 능선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다

보면 다시 우측으로 아주 희미한 샛길이 나온다.

냉골능선이라 일컷는 슬랩과 릿지가 그런데로 잘 형성된 내가 좋아하는 코스다.

 

오늘은 일전에 걸었던 용장골에서 삼능코스를 역으로 삼능에서 용장골길을 걸어볼 생각이다.

 

샛길을 들어서고 스랩이 시작되는길 쯤에서 비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바위벽은 그리 미끄럽지 않았다.
흘러 내리는 땀방울이 오랜만에 너무도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골짝기를 이곳 저곳 불상이며 암벽화등을 다 기웃거리며 금오산 정상에 섯다.
오후4시 겨우 두시간여를 오른건가?
비가 제법 굵어진다. 

 

칠불암과 고위산을 향하기위해 가는 순환로에서 능선으로 올라붙어 조금 걸으면 용잘골로 내려서는 표지판은 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않는 하산길이나온다
쏱아지는 비 때문에 그곳으로 하산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이내 맘을 고쳐먹고 고위산으로 걸음을 뗀다 .
일주 도로는 역시 산행맛이 나지 안는다.

도로를 벗어나 능선을 타고 올라 붙었다.몇년전 산불에 이제 겨우 한키쯤 자란 소나무며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저아래 너른 뜰도 바라보며

불쓱 솟아오른 바위 위에도 서본다.

 

바지 아랫도리가 빗물에 젓은 풀잎에 쓸려 온통젓는다.

 

칠불암길을 알리는 능선으로 접어 들었다.
대문바위(양쪽에 바위를 사이로 등산로가나있기에 내나름대로 명명한 바위길)을 지나 한능선을 오르니 고위산1.1키로 팻말이 보인다.

 

쏱아지는 비 때문에 고위산에서 용장골로 내려서는 바위길이 좀 걱정스러웠지만 더욱 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또 다른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며 걷는다.

 

이제 비가 세차게 쏱아진다 비 때문에 고개를 들수 없다.억수같이 퍼붙는다는 표현이 잘어울린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기가 어려울지경이다.

 

어느덧 야트막한 능성이를 몇개 더넘어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들어섯다

하산길을 놓첬다는건 이전에 알았지만 어데로 내려간들 길이 없을까바 하는 생각이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멀리 경부고속도로도 보이고 언양으로 향하는 국도길도 보여야 하는데 보이는건 저멀리 다닥 다닥 다락논과 희미한 콘크리트 포장길뿐

이다.

내려서야할 고위산에서 천우사길을 지나져도 너무 온것같다.

그래도 가다보면 내려가는 길이있겠지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계속 걸어보았다.

 

그러나 아제까지 그런데로 잘보이던 길이 이젠 겨우 산다람쥐나 다닐만큼 좁아지고 보이다 말다를 반복한다.

이게 아닌데? 하는생각이 들었지만 조금만 더 가보지 하는생각으로 계속 전진한다.

물을 쏱아붙는다란 표현이 어울리정도로 많은 비가 세차게 내린다.
벌써 등산화속은 물이차 질척거리고 물에 발이 불는모습이 눈에 보이는듯하다.
약간의 한기가 느껴진다

길은 없어진지 오래고 누군가가 시묘살이를 했는지 아님 무속인이 살던자린지 다 헐어진 초막을 하나 지난다 그리고 더나아갈수도 없다.

 
그 많은 남산의 등산로는 다 어데로 갔단 말인가?

 

사방을 둘러 보아도 초목으로 우거진 계곡과 능선들뿐 내가 걸어온길이후 아무런 길이없다.


업드려 나무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숲이라도 헤치고 내려가볼 심산이였다. 그러나 여름비에 우거진 숲은 쉽게 길을 내줄것 같지 않았

다 ,작은키의 나무들 밑으론 가시덤불로 숲이 우거져 헤쳐나가려해보니 가슴을 떠밀고,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나무와 덤불이 뚝같은 크기로 우거져 도저히 헤치고 이 긴능선을 다 내려서기는 불가능하다.

 

산에서의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라고 했던가? 뒤로 돌아서는수 밖에......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30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이까지 비야 맞은들 어떠랴 고위산을 옆으로 비껴내려 다시 오던길을 되집어 좀전에 망서리던 길 용

장마을 3.4키로 팻말 앞에섯다.

 

내일 대구 산행을 위해서 이곳으로 하산길을 잡을까 망서리던 곳이다 역시 운명이라... 이런 어쭙잔은 생각을 하며 노래도 한마디 불러제낀다 ...당신 생각에~~~

 

꽤많은 사람이 오갔을 길인데 지금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질 않는듯하다.죽은 등산로일까?

생각을 하며 내려오는 산중턱에 호수가 보인다.
전혀 인공적이지 않은것 같은 호수다...언젠가 남산지도에서 한번 보았던 기억이난다 그호수일까?

 

 

길은 그래도 깔끔했다, 깊이 패이고 산죽이 좌,우로 무성했지만 아주 죽을길은 아니군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한참을 내려오니 앞이열리고 너른 계곡이 펼쳐졌다.

빗속의 숲은 어느새 어둠속에 싸인다 시계를 본다 6시30분을 지나친다.
 
그런데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하산길은 장마로인해 무너져 더이상 전진할수가 없다.

무너진 계곡이 길을 쓸어가 버렸다.

 

오늘로서 이제 남산을 세번째 오르는것이기에 난 아직 남산의 길을 잘 알지 못한다.

무너진 계곡을 건너가면 하산길이 이어질까?

아니야 없을지도모르는데 괜히 위험을 감수하지말고 다시 돌아서자, 만약의 경우 순환도로가 있지 않은가?

이젠 약간 걱정이 앞선다.

이런 조그만산에서 내가 헤메고있다고 아직도 난 자만하고있다.

 

그런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치는 생각하나 그래 역시 영산이군
결코 내게 가볍게 보이지 않는산...그리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산...작은산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나를 혼내는 산...이젠 체력 생각도 한다.

시간도 재본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전화기 배터리나 갈아올껄 전화기는 꺼진지 오래다.

 

또 빠른 결정을 요한다
다시 돌아 삼능길을 택할것인가
아니 그길은 이젠 틀렸어 비도 너무오고 날도 저물었어 그리고 너무 멀어 차라리 통일전길을 택할까?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많이 내려왔다.

 

에라 계곡을 따라가보자.

그러나 

이계곡의 끝이 얼마나 길지 걱정이 앞선다

 

아니야 다시 올라가야겠는걸...뒤로 돌아섯다 한참을 오른다 체력이 딸리고 힘이든다.

비는 계속 퍼붙는다 굿은날씨 그리고 떨어진체력 온통 젓은몸에 한기등으로 순환로나 삼능길로 돌아가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되집어오르다 다시 돌아서 계곡쪽을로 향한다.


어차피 계곡은 산아래로 통하는것 계곡을 따라가면 산아래가 나오리라 빠른 발거름을 재촉한다.
돌더미와 물길에 마음만 급하다

정신없이 내려섰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저 건너편에 다시길이 열렸다 그리고 "이곳은 식수원이므로"라는 경고 표지판도 보이고 그리고 머리위에도 표지판이

보였다.

"구조지역 제1번"

그리고 오늘 내가 내려서려던 용장골마을이 보인다.


---이글은 2003 경주에 내려와 장마기간중 세번째 남산산행에서 격은 일이다.
이후 나는 남산에 매료되어 가끔은 주중에도 남산을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