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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등산

내가틀렸다 그리고 겨울의소리- 응봉산

응봉산--내가틀렸다 그리고 겨울의소리

산이름이 무언가에 응답한다가 아닐까?

막연히 그래서 신령스런산 일것이란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틀렸다.

 

응봉산의 응(鷹)자는 매를 지칭하는 응이라했다.

그러나 응봉산의 산세는 매를 연상하기엔 송구스러울만큼 부드럽고 수수했다.

처음들머리 계단을 지나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어 두어번 산허리를 돌았을즈음

저멀리 바다를 지나와 계곡으로 힘차게 쳐오르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웅웅 거리며 부는 그 바람소리가 시원스럽기보다

흡사 한겨울 눈보라를 연상케하듯 위협(?)스러웠다.

계곡이 무척이나 길고 깊은가보다 나혼자 생각이다.

 

저멀리 울진원자력발전소 부터 송전을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문화생활을 돕기위해 늘어서야만한 철탑들이 흉물스럽다.

 

그러나 응봉산의 산길은 생각보다는 참으로 부드럽고 순수한 산길이였다.

힘차게 쭉쭉뻣은 노송들이 아름다고 짓은 숲 사이로 저멀리 산허리에 걸친 암벽들도 볼만하다.

다만 우람한 노송들이 빼곡한산림 때문에 조망이 시원하지 못하다.

가끔 나무 사이사이로 조금씩 저멀리 동해바다가 힐끔 보일뿐이다

조금더 올라야 보일까?

그러나 한시간을 조금지난 시간에 첫번째 헬기장에 도착해서야 사방이 시원하게 보였다.

헬기를 내리기위해 사방의 나무들을 베어낸 덕택이다.


 

정상까지 1.6Km 30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산행시간이 울진군이름으로 적혀있는 표지판을 지난다.

이해가 가지않는 안내다 .

평지를 걸어도 조금 후하게 말하면 30분은 걸릴것인데 산길 1,6키로가 30분이라니.....

 

그러나 정확했다.

그 안내푯말 지점에서 정상까지는 정확하게 40분이 걸렸다.

오르며 한 5분여씩 두어번 쉬었으니까?

 

정상의 비석이 궁금했다.

어떤 응 자일까 옛날 어느 노인이 매를 어쩌구 주절주절 매를 지칭한다고 쓰였다.

 

신령스러울것이란 생각을 가졌던 생각이 실망으로 변했다.

실망할일도 아닌데... 많은 회원들이 정상을 정복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일상적인 모양보다는 좀더 기념적인 포즈로 한장 촬영하고 싶었다.

부탁하는 입장에서 저기서 이렇게 찍어주세요.

 주문을 많이 했다.

내 의도대로 잘 찍혔을런지.....



점심을 먹고 하산길을 잡았다.

끝없이 내리꼿는 가파른 내리막 정상을 너무쉽게 오른 불만(?)이

이길로 올랐으면 좋았을것을 하는 배부른 투정도 해본다.

얼마를 정신없이 내려서다.

문득 바위언덕이 보인다.

잠시앉자 건너편 능선의 곱고 멋지게 자란 소나무을 바라본다.

 

쏴 소나기 내리는듯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다시 일어나 조금더 내려서자 멋진 다리와 함께 물길이 시원한 계곡이 보인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머리도 담그고 말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긴다.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계곡을 건널때마다 모양을 달리해서 한것 멋부린 다리들을 건넌다.

영국의 다리도있고 스페인의 다리도있다.

미국의 금문교도있고 창경궁연못에 놓여있는 그다리도 있다.

 

문득 다리마다 한컷씩 기념촬영을 했다면 멋진 추억이 될뻔했다란 후회가 든다.

이렇게 멋지고 많은 다리가 시설되었다는 안내를 읽은바없기 때문이다.



수천년을 흘러내려 바위에 깊은 구멍을 내고 흐르는 물길과 바위가 아름답고

폭포를 이루고 떨어진 물에 깊게 패인 웅장한 소(沼)도 보인다.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전엔 가이 신선이 놀던곳이리라.


30분여 더 내려서니 무언가 깔끔하고 멋있게 단장한 시설물이 보였다.

언듯 계곡을 개발해 돈을받고 임대하는 시설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정도의 계곡이라면 능히 그럴만도 하리라 인간들의 생각이라....

 

그러나 내가 또 틀렸다.

온천수를 뽑아내는 원수 파이프와 안내문

그리고 온천물을 이용해 발의 피로를 풀라는 울진군의 배려인 족욕시설이였다.

 

호기심과 궁금함에 손을 담가보았다.

따듯하다. 온천이다. 이깊은 계곡에 전기로 물을 데울리는 만무하고

그야말로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진짜온천(?)아닌가.

 

진짜물일까? 가짜물일까? 의아해하며 때벳기던 온천목욕탕이 아닌 순수온천인것이다.

호기심과 진짜 온천이라는 신기함에 잽싸게 신발을 벗고 발을 담궜다.

 

긴 산행을 할땐 너무 혹사 시킨다는 생각에 발과 다리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다.

온천에 발을 담구고 발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덜었다.

 

거바라 나랑 함께다니니까 이러 온천에 담굴기회도 오잔니?

 

30분을 담구고 찬물에 행구라는 안내푯말이 보였다.

조금있자니 마지막 우리회원님들이 계곡을 건너온다. 주절주절 어쩌꾸....

빨리 발을 담구세요.

더러는 함께하고 더러는 그냥 지나치신다.



조금있자니 청주에서 왔다는 산악회원들이 한무리 도착했다.

떠들며 부산하게 발들을 담군다.

시끄러움에 조금짜증이난다.

사실 물은 계속공급되고 한쪽으로빠져나가는데도

이사람 저사람 담군 물이기에 때가 둥둥떠있었다.

 

옆의 문학님께 그만 찬물에 씻으러가자고 했다.

찬물에 발을 씻고나자 신기하게도 머리가 맑아지고 발이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이곳에 도착하기전 계곡의 찬물에 발을 담구었을땐

그저 열이난 발이 시원하기만 했을뿐인데 이젠 그렇게 피곤하던 발이 아주 편안해졌다.

 

또한 발바닥 역시 언제 걸었느냐는듯 편안하고 아주 부드러워졌다.

나만 그런가?

발도 편하고 계곡과 함께하는 길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