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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상식

부봉-가볼만한 산행지 문경

경북 문경의 부봉(917m)은 주흘산(1,106m) 산행을 할 때 지나는 코스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능선을 맞대고 있고 1,106m와 917m로 덩치의 급이 한 수 아래다. 이름도 '반장 부반장' 할 때의 '부'자 마냥 뭔가 뒤에서 도와주는 2인자의 이미지다. 산이 아닌 봉이라 칭한 것만 해도 주흘산에 속한 봉우리로 예부터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음을 알려준다.

가마 부(釜) 자를 쓴 부봉은 가마를 닮은 생김새에서 연유한다. 부봉 동쪽 문경읍 상초리 사람들은 이 산봉을 가마솥이 아니라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지금도 시루봉이라 부른다. 부봉에 가마솥이나 시루를 닮은 암봉은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여섯 개다. 이 6개 봉우리를 동쪽부터 시작해 각각 1~6봉으로 부른다. 높이도 제1봉 917m, 제2봉 934m, 제6봉 916m 등으로 모두 비슷하다. 부봉의 매력은 연속된 바위봉우리를 타는 스릴과 경치다. 험준한 암릉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부봉에서 본 경치를 높게 치는 것은 주변에 워낙 잘난 산이 많아서다. 주흘산, 조령산, 마폐봉, 월항삼봉, 월악산 등 내로라하는 기운찬 명봉들이 군웅할거하고 있으며, 부봉은 그 가운데에 솟아 있어 탁월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산행은 제1봉에서 제6봉 방향으로 하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 있다. 안전로프도 대개는 이렇게 동쪽으로 서쪽으로 가기에 편하고 안전하게끔 설치돼 있다.

산행기점은 제2관문과 동화원으로 잡을 수 있으나, 제1봉부터 암릉산행을 하려면 동화원에서 계곡을 따라 동암문에 올라선 다음 주흘산 쪽으로 향하다 능선 갈림목에서 부봉으로 올라붙어야 한다. 긴 산행을 원할 때는 주흘산이나 제3관문부터 시작한다.
동화원휴게소 뒤편의 널찍한 산길을 따른다. 도중에 지계곡을 여럿 만나 물줄기를 두 차례 건너지만, 산길이 뚜렷해 헷갈릴 염려는 거의 없다. 동화원에서 동문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동암문에 도착하면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등날에 석성이 쌓인 능선길을 따른다. 동암문부터는 백두대간길 이다. 완급을 거듭하는 능선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백두대간과 부봉 주능선이 이별하는 길목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부봉 바위 타기가 시작된다. 부봉 능선에 접어들면 산세는 육산에서 바위산으로 변신한다. 바위는 거대하여 사람을 압도하거나 하지 않고 친근감이 드는 아기자기한 스타일이다.

직벽처럼 느껴지는 슬랩이 기가 질리게 하지만, 로프에 매달려 차분하게 오르면 제1봉 정상 바로 아래 바위턱에 올라설 수 있다. 이렇듯 부봉의 바윗길은 밑에서 보면 험해 보이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고정로프가 있어 막상 오르면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다. 1봉을 지나면 오른쪽으로는 월악산~만수봉 줄기, 왼쪽으로는 주흘산 줄기가 길동무가 돼주고, 조령산이 넉넉한 품을 펼치고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능선으로 이어진 제2봉은 부봉 암봉 중 최고봉이지만, 조망은 다른 암봉에 못 미친다. 그러나 3봉으로 가면 부봉의 암릉줄기가 한눈에 바라보여 가슴 설레게 한다.

2봉을 내려서면 평범한 능선 오르막이 이어지다 로프 매달린 바위 구간에 이어 짤막한 바위턱을 올라서면 3봉 정상이다. 3봉과 4봉은 짤막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데, 안부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할 수 있으나, 장벽처럼 웅장한 부봉 암릉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므로 그냥 등날을 따르는 게 좋다.

3봉은 6봉과 함께 부봉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이다. 꼭대기도 인수봉 정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분위기라 여기서 비박을 한다면 일몰과 일출의 감동을 명산 봉우리들 한가운데서 즐길 수 있다. 다만 샘터는 없으므로 미리 물을 준비해야 한다.

5봉과 6봉 오름길은 부봉에서 가장 긴장케 하는 구간으로, 정상을 이룬 2개 암봉 중 칼날처럼 솟구친 정상 기암은 추락 위험이 있으니 오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5봉에 서면 사자바위가 있다. 가까이서 보면 더 실감난다. 5봉을 내려오면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하산길과 6봉을 오르는 길로 나뉜다. 부봉을 타러 왔다면 6봉으로 가는 게 정도다.

6봉은 철계단이 있어 편하게 오르는 듯하지만 정상으로 이어진 로프 구간 곁으로는 낭떠러지가 으르렁거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암릉산행 특유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6봉에는 작아서 귀여운 표지석과 로프를 잡고 끙끙대며 올라온 수고의 대가라 불러도 좋을 파노라마 경치가 기다린다. 하산은 북릉을 따르다 동화원으로 내려서면 된다.

동화원에서는 문경새재길을 걸어 주차장까지 간다. 1관문과 2관문을 지나는 새재도립공원 주차장까지는 5.8km 거리에 2시간 정도 걸린다. 3관문과 조령을 지나는 고사리주차장까지는 3.2km에 1시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