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은 당시의 맛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돌아와 노곤한 몸을 추스리면서 느끼는 그 기분이 더욱 좋다.
돌아와 있다는 아쉬움에.....
둘러 보았던 끝없이 늘어선 산능선들이
저아래 아물거리며 마치 조개껍질 같았던던 조그만 동리들...
이런것들이 아련하게 추억으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이번 소백산 산행은 나 개인적으론 세번째이다.
처음의 산행은 봄의 한가운데 였을때 올랐고
두번째 산행은 비가 추척거리던 늦은 가을이였다.
그러나 이번 산행이 앞서의 두번의 산행때보다 짜릿하고 좋았던건
처음 오를때 들머리의 봄과 정상의 혹독한 한겨울을 함께 맛보았기 때문이다.
고산 봉우리엔 항시 큰 바람이 분다
하지만 서있을수 없을만큼 몰아치는 눈보라는 고통과 공포를 함께 안겨준다.
언젠가 늦가을 그때의 산정상에서 서있을수 없을만큼의 강한 비바람과
겨울이 아님을 얏잡아본 허술한 장비덕에(?)너무 추웠었었는데....
그러나 이번엔 내 나름대로 단단한 준비를 했다.
거의 히말라야를 등정할만큼의 대단한(?) 준비덕에
그 눈보라와 강한바람이 어쩌면 기대했던것 같은 당연함을 느꼈고 오히러 더 즐겁고 신이 났다.
얼굴을 스치는 칼바람에 비해 따듯하던 몸과 후끈거리는 땀의 느낌이
어쩌면 그리도 즐겁고 행복하던지...
비로봉 정상을 눈앞에 두고 주변 경치를 사진에 담기 여념이 없던
"나그네"님의 모습에서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여유로움도 보았다.
사실 이번 산행은 기대반 걱적반이였다.
출발하기전 까지의 마음은 넉넉함만은 아니였다.
이번 산행은 낮은산도 아니고 더구나 어쩌면 겨울의 한가운데를 헤치고 나가야할
결코 만만이 생각해선 안될 높은산이기 때문이였다.
재작년인가?
젊은이 세명이 눈속에 산행을 강행하다
조난하여 목슴을 잃었던 산이기도 했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단체를 이끄는 임원들은 모두 그러했겠지만
나역시 산악회의 임원를 자처한후 처음으로 움직이는 대단위 (?)인원이였고
행사를 주관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혹 나드리 나가듯 대강 준비로 참가하는 회원은 없을까?
자신만 가지고 참가해서 체력이 따르지 못하고 낙오하는 회원은 어떻한담?
이런 생각으로 차에 오르고 출발하기까지 긴장하지 않을수 없었다.
시간이 되어 모이는 회원들의 옷차림 그리고 신발을 몰래 눈여겨 유심히 보았다.
모두들 한가닥 하는 산악인답게 차림들은 모두 허술하지는 않았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산행대장이신 "산천"님의 산행에대한 자세한 안내와 행동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때
아!이제 난 맘놓고 오르기만 하면 되겠다란 편안함이 되었다.
비로사 매표소는 한가했다.
대구에서온 산악회 한팀이 먼저와 산행을위한 짐을 챙기고 있었고
우리도 하차하여 간단한 점검을 끝낸후 곧바로 산행에 올랐다.
날씨는 매우 포근한 봄날씨 같았다.
남산에 시산제를 잘 지내 남산 산신께서 우리를 이쁘게 봐주셔서
올 산행은 좋은 날씨속에서 할수있게 해주시나보다 라는 생각을 회원들에게 던졌다.
포장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들머리에 접했을 즈음
너무 더운 나머지 모두들 복장을 가볍게 챙기기로 하였다.
한시간여 올랐을까?
처음의 봄 날씨는 차츰 자취를 감추고 고산지대의 차가움이 느껴졌다.
이내 쌀쌀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리더인 "카라비나"님이 잠시 쉬자고 하였을땐 복장을 다시 챙기지 않으면 안될많큼
벌써 기온은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햇볕은 쨍쨍한데.....
다시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조금더 산을 올랐을땐 제법 강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이젠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으면 안될많큼 많은 눈이 쌓였고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발이 연신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쌓였던 눈을 날리어 얼굴을 할퀸다.
하늘도 어둑해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다 비로봉이 가까웠음을 느낀다.
비로봉 정상을 오르는 계단에 올라섯을땐 몸을 가누기 함들많큼 세찬 바람이 불었다.
두어번 중심을 잃었다.
얼굴을 들수 없을 만큼 세찬 바람에 털모자에 목도리 그리고 오버트라우저의 모자까지
뒤집어 썼으나 날리는 눈바람에 앞을 보기도 힘들고 얼굴은 마비가 되는듯 싶었다.
그속에서도 난간에 기대어 이곳 저곳 셔터를 누르는
"나그네"님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비로봉엔 먼저 도착한 리더인 "카라비너"님을 비롯하여
"스머프"와"풍운아" 그리고 아마추어 (HAM)동호회원이기도한
"한계령"님과 강산님" 산행대장인 "산천님" 등이
하루를 함께하는 회원님들과 어데서들 올랐는지 모를 많은 사람들속에
바람을 맞고 꿋꿋이 정상을 즐기고 있었다.
서있을수 없을 많큼 강한바람 그리고 눈보라에 강산님이 일단 대피소로 이동 하자고 제안하신다.
대피소는 역시 대피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갈수 없을 많큼 많은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바람을 잠시 피해볼까하고 몇번을 기웃겨려 보았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때문에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배가 몹시고프다
바람은 세차게 불지만 대피소 뒤켠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해본다.
조금더 내려가면 좀 낳은곳이 있을것이라 강산님이 알려준다.
이제부턴 힘든길은 별로 없으니 그래 조금더 참자
눈이 한길이나 더 쌓인곳에서 "한계령"님이 한컷 찍어주시겠단다.
한껏 폼을 잡았다 눈이 듬북 쌓인곳으로 한컷 더 찍어보자고 하신다.
또 개펌까지 동원해서 폼을 잡았다.
조금더 가니 앞서간 일행들이 점심을 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비껴나면 떨어질것같은 바위한귀퉁이였지만
어디 대수냐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였다
한얀 눈이 수북히 쌓인길 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걷고 있어도 적막함을 느낀다.
바람에 세차게 날리는 구름이 흡사 끓인물에서 오르는 김과 같이 바람에 마구 흩어진다.
산등성이를 돌아 걸을땐 푸근하고 능선에 올라서면 칼바람이 분다.
티셔스에 순모쉐터 오리털점퍼에 오버트라우저까지 얼굴은 목도리로 무장을 했건만
입을땔수 없을만큼 얼어붙어오고 몸엔선 후끈 거리며 땀이 베인다.
기분이 상쾌하다.
저멀리 연화봉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넘어엔 천문대 건물이 바람을 맞고 외롭게 서있다.
연화봉에서 보이는 비로봉은 참으로 장쾌하다.
일행은 먼저 하산을 서두른다. 이젠 하산인가?
벼란간 아쉬움이 남는다.
일행을 먼저 내려 보내고 좀금더 머물기로 했다.
간간이 보이는 산능선도 더 즐기고.....
희방사를 지나 주차장이 저기 보일즈음 배고픔을 느낀다.
그 주차장엔 우리 일행들이 뭘 열심히 먹고 있었다. 무얼까?
산행을 참석하지 못하신 황산님이
일부러 이곳까지 차를 몰고 오셔서 큰 들통에 오댕을 끊이고 계셨다.
마치 원정산행에 보급대라도 만난듯 반갑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함을 느낀다. 나라면 이렇게 할수 있을까? 하는 많은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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