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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등산

하얀눈이 너무 그리워 덕유산 산행기

이곳 경주에 이주한것이 벌써 햇수로 3년이 되었다.
작년(2005년)의 소백산 산행에서 멋진 눈산행을 해보았을뿐

서울에서의 그 흔하고 당연했던 눈쌓인 산의 산행이곳 경주에서는 해보기 가 쉽지않다.


우리나라가 작다고는 하지만

이곳 경주만하여도 남방기온 영향을 받는 지역이여서인가?

겨울에 혹 눈이 온다하여도 눈자락이 살짝깔리는것이  전부였고

제법왔다고 하더러도 해가뜨는것과 함께 사라지곤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라 하더라도 자연에 영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신체적 감정은 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어 자신이 살던 환경을 벗어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환경을 갈구하게된다. 고향이란 단어로 그리워하면서.....


이런 연유일까

나역시 이곳에 이주한지 삼년여가 되어가면서 북쪽의 환경이 자주 그리워졌고

특히 겨울의 싸한 추위와 쌓인눈을 헤치고

아이젠을 하고도 퍽퍽 미끄러지며 걷는 눈산행이 너무 그리웠다.

 

이러한 그리움도 있기에 지난 가을엔 불쑥

오랜동안 가보지 못했던 덕유산을 산행을 계획했다.
자주가는 소백이나 태백보다는 오랜동안 오르지 못했던 산이기도 하였고 

산객에게는 러셀로 꽤 나 유명하고 정상의 바람으로도 유명한곳이다.

어제는 모처럼 휴일을 맞아 덕유산산행을 결행했다.

산행도 산행이지만 그동안 그리웠던 눈을 밟아 보겠다는 생각이였다.

경주산악회의 2005년 첫산행이 우연히도 나의 목적과 일치했다. 

버스를 타기위해 아침일찍이 집을 나와야했다.

준비를 마치고 집문을 나왔을때 싸락눈이 날린다.

큰길에 오르자 길은 눈이 제법쌓였다.

이게 웬아이러니(irony)인가?

눈구경을하겠다고 먼길 덕유산을 향하는날 이곳 경주에 눈이 나린다.

 
아불싸! 자로잰듯(?)계산한 황성공원까지의 도착시간은 도저이 맞추기가 힘들다 .

내린 눈으로 평소의 운전솜씨(?)를 발휘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급한데로 게시판에서 보았던 운영자 도마에게 전화를 했다
조금늦겠습니다
아.. 네 그러세요 나도 아직 도착을 못했습니다
ㅎㅎ~~ 그래 인간이란 다똑같다
도마님도 평소의 운행시간을 계획했을것이다 천재지변을 누가 막을것인가

공원에 도착하니 출발시간보다 5분이 늦었다.
이런길을 5분밖에 안늦었다면 역시 북쪽의 환경에 길들여진 나의 운전솜씨가 아직 녹쓸지 않은것이다.

예정보다 조금늦은 시간에 차는 대둔산을향해 출발했다. 

 

버스가 첫휴게소에 도착하여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볼일을 보고 올라오는 회원들이 지인들과 전화 통화후 들려주는 이야기는 

경주엔 폭설이 내리고 있단다,

눈이 쌓여 빙판을이루고, 차량운행이 전면 중지되었다, 는 등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한결같이 경주폭설소식들이다.

 

이 얼마나 웃긴일인가?

그렇게 눈이 그리워했는데 눈을 보겠다고 멀리가는날 내가 사는 경주에 폭설이 내린단다.

눈을 보지 못하던 사람들, 눈속에 차량운행을 해보지않은 사람들의

약간 내린눈에 대한 지나친 엄살과 허풍이란 생각에 이내 잊어버렸다.


12시를 넘겨 도착한 구천동입구 주차장에서 산길까지는 구천동계곡을 따라 3km여를 걸어야했다.
날씨만 흐리지 않았어도 계곡을 타고걷는 길이 덜지루했을것 같았다.

이름에 걸맞게 주변의 봉우리들은 깊은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고

걸으며 보이는 주변의 봉우리들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물론 살짝 살짝 보이는 뒷봉우리의 산세등은

늠름함과 세찬산세가 준령, 고산의 기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데나 그렇듯이 이름값이 있는 유명산의 휴일은 장바닥과 다름없다.

산행이 일상적인 레저로 보편화된 덕이다.

많은 사람으로 러쉬를 이루고 오르는 산행은 간간이 지체를 유발한다.

편히 한적하게 걷기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지만

난이도에 비해 길게 지체되는 시간은 짜증을 유발한다.

계곡길은 그다지 많은 눈이 없었다.

자신의 배낭과 시산제에 올릴 제물을 함께 메고가는 힘좋은 회원 일행과

약간의 담소를 나눴다.

태백에서 산신께 올릴 제물을 내가 먹어버렸던 불경(?)스러운 이야기등.....

이 회원은 끝까지 혼자 그 무거운 짐을 정상까지 메고간다.

조금 도와주어야 하는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약은 마음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회원은 하산중에도 발을다친 어느 여성회원의 어려운 하산을 도와

려온길을 되돌아가 그회원을 등에 업고 내려왔다.

정상에 이르면서 눈이 꽤 쌓였다. 역시 덕유산이다.

겨울산 적설량은 고지대에 따른 잔설과 몇일전 내렸다는 눈이 편안한 하산을 위해서

아이젠을 필요하게할 정도였을 뿐이였지만 운치는 있다.


소나무나 잡목 할것없이 추위에 하얀 눈꽃이 만발했다.

너무도 이쁘고 아름답움에 누구가에게 사진한장 부탁

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께도 부탁할이가 없다..

3시가 가까워져 정상에 다았다 두시간을 조금더 걸은건가?
바람에 따라 구름속에 가리워진 햇살이 간간이 비추고 산아래 바다처럼 깔린 구름위로 살짝 내민 준봉들의

름다움 잠시 정상을 즐긴다.

 

세찬 바람은 오히려 상쾌하다.

이 칼날같은 추위 그리고 눈과의 싸움(?)을 즐기려 이곳에 온것 아닌가 ?

경주산악회는 처음 참가한 관계로 아무도 아는이가 없다.

그래도 전화 한통화한 인연이라고 도마님께 사진한장을 부탁한다 .


얼마전부터 정상에서의 사진찍기를 집착하지 않은지 수년만에 다시 정상에서 사진찍기를 고집하려 맘 먹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홈페이지 가꾸는데 사진많큼 유용한것이 없기때문이다.

 

 

잠시후에 오늘의 하이라이트 시산제 제물이 모두 차려졌고 제가 시작되었다.
정상의 세찬바람은 모두를 얼려 버렸다.

제가 거의 마무리되고 단체사진을 촬령하려 했으나 추위와 배고픔, 지체된시간 때문에 취소를 한다.

더욱 아쉬운것은 지체된 시간 때문에 코스 변경도 불가피하다는것이다.

옳은 단인것 같았다.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아까부터 몹시배가 고팠다
산을 오르며 처음 참가하는 산행이고 아무도 아는이가 없으니 나만 먼저 식사를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몇번 갖었다 또 산에 대해 겸손치 못한 방자함과(?) 건방짐에 간식 준비를 하지 않은탓이다.
조금 내려와 바람이 닿지않는 구릉에서 늦은 점심상을 차렸다.

하산길엔 일행에게 말이라도 붙혀보고 함께 하산을 할까 하기도 했으나 그냥 먼저 내려오기로 했다.
대화를 나눌이도 별로 없고 사귐에 폭도 넓지못함 때문이다.

백련사를 조금 내려와 신축한 다리에 누군가가 쉬어간듯 눈이 치워져 마른 난간이 보인다.
잠시 앉자 또 언제 오게될지모를 이산! 계곡도 즐기고 산세도 즐겼다.

문득 설악의 공룡을 도전했을때 어둠속 비선산장을 넘는 다리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던

서울에서 혼자왔다던 그 젊은 여자가 생각났다.

그녀는 과연 그때 무슨생각을 하며 물소리를 즐겼을까?

어름속에 같힌 계곡의 물은 이따금씩 나 물이야 ~ 하는듯 소리가 났을뿐 주변은 조용하다.
하산을 서두르는 산꾼들의 지나며 인사를 한다
힘드시죠? 쉬었다 오세요

추위와 싸우는 등산을 언제나 힘이 더든다.

두시간을 또 조금 더 걸어 높은산에 가리워져 어둠이 깊어질 무렵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선 무언가를 끊이고 있었다.

누가 권할리는 없지만 그릇을 하나들고 다가섯다.

맛있는 육계장이다.


언젠가 한뫼에서 소백산등반을 했을때 그 무서운 눈바람을 뚫고 하산하니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 이라고 경주에서 일부러와 희방사 주차장에서 오뎅을 끓여 우리에게 나눠주었던

 "황산"이란 동료가 생각났다. 그 오뎅맛은 아마 평생잊지못할 것이다.
오늘의 이 국 또한 길이 기억하게 되리라.

엘빈 토플러는 미래에는 우리가 함께하는 이웃이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중요할거라고 했다.

처음 출발할때 내옆자리에 함께 타고온 그 이웃이 반갑게 술한잔을 권한다
넘어가는 소주 목을 타고넘는 짜릿함이 피로를 확풀어준다

하산후 피곤한몸을 버스에 싫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귀가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통화소리가 들렸고 온통 심각한 눈이야기들뿐이였다.
음 제법 오기는 왔나보다. 잠에취해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뿐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다.

얼마후 차는 경주 가까이를 달리고 있었고 이따금씩 차창넘어 보이는 길은 온통 빙판이다.
흡사 한겨울 눈이쌓여 얼어붙은 서울의 경치였다.

황성공원에 버스가 도착하여 내려서자 쌩하는 찬바람과 발이 푹푹 빠지도록 쌓인눈

아침에 타고온 차위에는 산같이 쌍였고 꽝꽝 얼어붙어 치우기도 어려웠다

눈을 보겠다고 눈을 퍼부어 쌓인 이곳을 버리고간 아이러니여 그것도 25년만이라는 이 쉽지않은 기회를.....

 

2005.1.16